괴담 이벤트)사람처럼 「어서와.」 인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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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어서와.」 인사하는 것.

대도시에 살던 제가 수능을 망치고, 도망치듯 어느 지방 대학교에 입학 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어쩌다보니 보드게임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재밌는 선배를 만났습니다. 그 선배는 괴담이니 공포 영화니 오컬트라던지, 무서운 걸 좋아하는 선배였는데 저도 무서운 걸 꽤 좋아하기에 빨리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내가 보드게임 동아리에 입부하고 이제 막 1학기 말이 되었을 무렵의 일이네요.

"심심한데, 뭐, 재미있는 이야기 없어? 무서운 이야기가 좋겠는데."

소설을 읽던 선배가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보드게임 동아리는 꽤 큰 동아리였지만, 정작 부원들이 여러 이유로 잘 안 와서 동방에서 보드게임을 하는 날은 극소수였습니다. 나나 선배는 동방 죽돌이였지만, 정작 둘이서 할만한 보드게임은 동방에 없어서 따로 놀았어요. 이렇게 된 선배는 꽤 귀찮기 때문에 저는 폰을 끄고, 입을 열었습니다.

"신입생 환영회 때 들은 이야기에요. 나름 이른 시각에 시작된 환영회는 어느덧 저녁까지 이어졌고, 당연하게도 술을 마시게 됐죠. 뭐 저는 술을 좋아하지 않아, 그때 빠지고 싶었지만, 분위기에 한 번 휩쓸리면 말이죠. 그렇게 술을 마시다가 인솔자 중 한 분이 괴담을 꺼냈고, 환영회는 그대로 괴담회로 직행, 그 괴담회에서 불알친구가 한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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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가 고등학생일 때 겪은 이야기야. 토요일, 친구들이랑 헤어지고, 현관문을 열었더니 2층에서 여동생 목소리가 들렸어. 그때 집 안 불이 꺼져 있었거든, 그래서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어.

"어서와."

"뭐야, 너 있었냐?"

나는 2층으로 올라갔지, 그러면서 여동생에게 말을 걸었어.

"부모님 아직 안 왔냐?."

"어서와."

"오늘 밥 반찬 뭐냐?"

"어서와."

"너, 돈 언제 갚을 거냐?"

"어서와."

근데 애가 자꾸 "어서와."만 하는 거야. 이년이 또 장난치나. 하고 생각했지.

"야, 너 자꾸 장난칠래?"

"어서와."

"너, 내 말 듣고 있냐?"

"어서와."

내가 2층에 올라와서 본 건, 뭐였을거라 생각해, 여동생? 아니야. 그건 뭔가였어, 사람마냥 행동하는 뭔가... 여동생 방 안에서 목만 아주 길게 빼놓은 채 눈과 입만 있는 하얀 무언가가, 여동생 목소리로 「어서와.」만 반복하고 있었어... 그 뭔가와 시선을 마주쳤을 때...

"다녀왔어!"

1층에서 여동생 목소리가 들렸어, 내가 엉겁결에 뒤를 돌아본 다음, 다시 여동생 방으로 눈을 돌리자, 거기엔 아무도 없었어... 그 날 이후 두 번 다시 그 뭔가를 본 적도 볼 일도 없었어. 그 날 내가 본 건 대체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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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많이 들어 본 이야기인데, 더 자극적인 거 없어?"

"기껏 해주니까, 그런 평가에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 커뮤만 뒤져도 수백개는 나온다고,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아냐?"

나는 후배를 봤다. 이대로 끝내기 아쉬운 이야기인 건 둘째치고, 후배가 뭘갈 숨기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후배는 이야기 내내 머리를 긁었다. 후배는 거짓말 할 때, 항상 머리를 긁는 버릇이 있었다. 나와 시선이 마주친 후배는 조금 고민을 하고 입을 열었다.

"이거, 비밀로 해주세요?"

"그래, 재밌으면 얼마든지 해줄게."

"그래요. 친구의 이야기엔 뒷 이야기가 있어요. 걘 외동이에요. 저는 그 녀석과 불알친구고, 걔네 집에서 논 적도 많아서 알아요. 그럼 걔가 구라를 친 걸까요?"

후배는 한숨을 쉰 채,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아요. 걔도 자기 여동생이 누군지 안다니까요? 걔랑 아는 사이면 누구나 여동생을 알고 말하는데, 오직 저만 몰라요. 그렇다고 그 잘난 여동생을 모른다고 말하면, 미친 놈 취급 당할 게 뻔하니까. 대충 맞장구 치면서 여동생에 대한 정보를 모았는데..."

후배는 뚜껑 딴 지, 오래되서 탄산이 다 빠진 콜라를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람들이 말하는 친구의 여동생은... 외모, 성격, 키, 취미... 일치하는 게 하나도 없는데, 여동생에 대한 나쁜 말은 하나도 없더라고요. 역으로 그 여동생과 추억이 없는 절 이상하게 본다고요."

후배는 그렇게 불만을 토하다가, 뭔가 떠올렸다는 듯이 말했다.

"아, 맞다. 걔 말이 사실이면, 지금 여동생은 저희가 다니는 대학교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데요. 만약 그 존재가 정말 입학한다면, 저는 "여동생"을 처음 보게 되겠죠. 무서워요, 선배. 근데 동시에 기대되요. 모두가 말하는 "존재할리 없는 착한 애"란 존재가 제 눈엔 어떻게 비칠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어요."

그렇게 말하며, 후배는 웃었다. 확실히 나도 그 여동생이 보고 싶어졌다.

  1. 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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