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에게 들었던 괴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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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가 있었다는걸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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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외할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 입니다.

원래 좀 짧은 이야기인데 외할머니에게 들었던 다른 이야기들을 합쳐서 각색해봤습니다.



외할머니의 아버지, 그러니까 외증조할아버지는 도사나 무속인 같은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몸은 비쩍 말랐는데 키는 크고, 사람이 잘 웃지는 않는데 눈빛은 부리부리해서 외할머니도 무서워 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분이 신기가 있으셨는지 귀신도 보고, 동네 사람들 장례를 치르면 염도 해주고, 

어디 아프다 하면 닭 잡아 뽑은 피로 부적도 써줬다고 합니다.

가끔씩은 밥을 잔뜩 해서 밤중에 들고나가 근처 산속에 연고없는 무덤가에 뿌리고 오고 했는데

그 무덤가는 동네 사람들에게 일제강점기 목 베여 죽은 시신들이 묻혀있다, 밤마다 산짐승이 사람 물어간다며 말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그럴때마다 오빠들은 "아버지 귀신 밥 준다."며 외할머니를 놀리며 울렸다고 합니다.

외증조할아버지는 왜 밤중에 밥을 뿌리고 오냐는 외할머니의 물음에 "밥을 줘야 배곪지 않다."고만 대답했다고 합니다.

외할머니는 진짜 공동묘지 귀신들에게 밥을 주는거라 생각해 무서웠다고 합니다.


동네에 주인 없는 개들이 모여 아이나 어른들을 공격하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개들이 밤중에 모여 서로 짖어대는 탓에 사람들은 해가 떨어지고 나면 외출도 잘 못했습니다.

개들은 사람이 둘 이상 모여있으면 멀리서 눈치만 보고 있었지만, 혼자 있으면 짖거나 달려들었습니다.

결국 외할머니랑 같이 놀던 어린애가 밖에서 혼자 놀다 들개에게 물려 크게 다치는 일이 생겼습니다.

안타깝게도 개에게 물린 아이는 상처에 열이 내려가지 않아 며칠 뒤 죽고 말았습니다.

외증조할아버지는 죽은 아이의 집에 며칠동안 머물며 장례를 치르는 걸 도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외할머니에게 항상 가지고 다니라며 옷을 잘라 만든 주머니에 냄새나는 풀때기를 잔뜩 넣어서 만든 부적을 달아줬다고 합니다.

이후 다른 들개들은 외할머니를 멀찍이 피해다녔다는데, 그걸 들은 어른들이 자기 애한테도 만들어달라 해서 다른 동네 아이들 것도 하나씩 만들어 주셨다고 합니다.

외할머니는 아버지가 사이비는 아닌갑다 생각했습니다.


부적을 써주는 도사양반이 있다는 소문은 꽤나 멀리 퍼졌었나 봅니다.

어머니의 친구라고 하는 어떤 사람이 찾아와 펑펑 울면서 도움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동네 부잣집 딸이었는데, 어느 양반집 남자와 결혼을 했습니다.

둘 사이에는 아들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말을 제대로 못하는 바보로 태어났고, 자식 꼴을 보기 싫었던 남자는 매일 집을 나가 술과 여자에 돈을 써댔습니다.

이에 속이 상할대로 상한 부인은 도사와 같이 산다는 친구, 외증조할머니를 찾아가 남편을 혼내달라 하는 것입니다.

외증조할아버지는 부인을 잘 타일러 돌려보내려 했지만, 친구의 사연을 들은 아내의 보챔에 어쩔 수 없이 도와줬다고 합니다.

부적 한 장을 뚝딱 써서 가져온 외증조할아버지는 부인에게 부적을 주며 남편 속옷에 꿰매놓으라 했습니다.

그 부적이 남편이 밤마다 집을 나가는 것을 막아줄거라 하자 그 부인은 좋다고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그 집 남편이 고환을 크게 다쳤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밤중에 술에 잔뜩 취해 집으로 돌아오다 소변을 보려 바지를 내렸는데, 들개가 달려들어 가랑이를 물어뜯겼다는 것입니다.

남편은 동네방네 소리를 지르며 개를 쫒아내고 다친 가랑이를 붙잡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 사건 이후 외증조할아버지는 부적으로 사람을 고자로 만드는 미친 도사라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뭔가 켕긴 동네 아저씨들이 외할머니에게 잘해줬다고 하는데, 그만큼 집에 찾아오는 아주머니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고 몇년 뒤 외증조할아버지가 큰 병에 걸렸습니다.

하루종일 열이 나고, 횡설수설 말도 못하고, 가족들에게 소리만 지르며 발광했습니다.

사람들은 도사가 귀신이 씌였다며 멀리했고, 큰 동네에 가서 의사를 데려오겠다는 장남은 돈이 없어 병원에서 쫒겨났습니다.

그렇게 몇달 동안 끙끙대며 앓던 외증조할아버지는 대뜸 깨어나 외할머니에게 밥을 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밥을 줘야한다고, 그래야 안굶는다고.

그러고 횡설수설하며 뭐라 얘기하다 다시 쓰러졌다고 합니다.

외할머니는 혹시 정말 귀신때문에 아버지가 아픈거라면 무서워도 돕는게 나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날 밤, 외할머니는 밥을 들고 산을 올랐습니다. 

외증조할아버지가 매번 오르던 산길이었지만 외할머니는 올라본적 없었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였던 외할머니에게 시신이 가득한 공동묘지는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외할머니는 작은 등에 의지해서 산을 올라 무덤가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 외할머니는 살면서 처음으로 시체냄새를 맡았다고 합니다.

톡쏘면서 고소한 냄새가 풍기며 파리가 앵앵소리를 내며 꼬이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무덤속 시체가 일어난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묻은지 오래된 시체에서 그런 냄새가 날일은 없었습니다.

그곳에서 썩은내를 풍기던 시체의 정체는 들개들이었습니다.

목줄에 묶인 채 비쩍말라 굶어죽은 들개들 한가득 있었던 겁니다.

그중 몇몇 시체들은 다른 짐승에세 몸통을 뜯어 먹혔는지 뼈와 내장이 그대로 보이고 있었습니다. 

외할머니는 너무 무서워 들고온 밥을 뿌려버리고 그대로 산을 뛰어내려왔다고 합니다.



외증조할아버지는 발광할 기력도 없어졌을 때 결국 돌아가시게 되었고, 외할머니의 가족들은 외증조할머니의 친정으로 이사가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성인이 되서 가족들에게 들개 얘기를 하자 형제들은 "아버지가 들개를 부리시던거 아니냐."라는 말을 하며 웃어넘겼고,

외증조할머니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눈치였다고 합니다.

꽤나 오래 전부터 산속에 밥을 주러 다니셨다는데 언제부터 들개를 묶어놓으셨는지, 정말로 들개를 부렸는지 모릅니다.

설마 사람들에게 일부러 개들을 푸는 사이비는 아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신기가 있었다는 말은 사실이었는지 이후 외할머니는 꿈자리가 뒤숭숭하다며 얘기하시다가 대뜸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되셨고.

그 딸인 저희 어머니도 어릴적 집 주변에서 귀신을 봤다는 말을 자주 하십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는 살면서 귀신을 보거나 들어본 적은 없는데, 

저 얘기를 듣고 난 이후 외할머니 댁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악몽을 자주 꾸곤 했습니다.

 


  1. 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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