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절) 말년에 징계위원회 끌려간 썰
이거이거 올해가 끝나기 전에 제 군대 썰을 풀 때가 왔군요.
이건 말년 병장이던 제가 보안법 위반으로 휴가 짤릴 뻔한 썰입니다.
그래서 이 되다만 폐급 놈이 뭔 짓을 저질렀느냐
사건은 상병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때 저는 당직 근무 중이었습니다. 저는 "내가 당직에 들어가는 죄는 망할 놈의 부대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중얼거리며 당직사관은 거 내 알바는 아닌 것 같으니 나는 밤새 드라마 정주행이나 하겠다 정도의 상황이었습니다.
군 복무 중 당직 근무에 들어가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 3시간 정도 인원 종합과 각종 잡일을 끝낸 이후에는 전혀 할 일이 없습니다.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뭐든지 하며 제정신으로 버티는거죠.
그 날 저는 생각만 하던 일을 실행에 옮기기로 합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은....
이건 2048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미니게임입니다. 블럭을 옮겨서 숫자를 점점 크게 만드는 중독적인 게임이죠.
근데 사실 이거 코딩하는 방법이 되게 간단합니다. 수식 넣을 것도 별로 없구요.
그리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보통 HTML이라고 불리는 XML 문법으로 문서를 작성하면 웹브라우저를 통해 간단한 코딩처럼 작동하는 무언가를 만들 수도 있죠.
그렇습니다. 이쯤되면 눈치챘겠지만 저는 당직시간 동안 시간 때우려고 당직 컴퓨터로 게임 만들었습니다.
사람이 안좋은 곳에 오래 갇혀 있으면 머리가 이렇게 돌아버리는겁니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만들 때는 별 생각 없었죠. 내가 USB를 연결한 것도 아니고 망혼용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내 머리 속에 있는 걸로 xml 파일 하나 만든 거니까. 오죽하면 옆에서 보던 간부도 "뭐하냐 ㅋㅋ"하던 반응이니.
아무튼 당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로부터 몇개월이 지난 시점에 일어났죠.
말말출 휴가를 다녀오고 다음 말출 휴가를 앞두고 있던 시점, 저를 행보관이 급히 찾았습니다.
요는 저의 말말출 휴가 중 보안검열을 대비해 사단에서 미리 예방차 검열 나왔던 것이었습니다.
이 인원들이 컴퓨터를 검사할 때는 PC의 사용 로그를 긁어보는데 이러면 사용자가 가장 많이 접근한 파일들이 쫘라락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상위에 제가 만든 2048게임이 있었던 겁니다. 당직컴을 사용한 다른 인원들이 어떻게 제가 만든 게임을 발견했고 그게 사람에서 사람으로 퍼지면서 온갖 인원들이 컴퓨터로 게임하며 시간을 때운 탓이겠죠.
아 여담으로 1위는 전역한 선임이 인터넷 끊고 넣어둔 전독시 웹본이었습니다. 엔딩까지 다 넣어놨더군요 대단한 사람.
결국 그로 인해서 저는 징계위원회에 불려가게되었습니다.
한번 상상해보세요. 말년병장이 보안법위반이면 열에 아홉은 투폰이었단 말이죠. 근데 징계위원회 가서 간부들이 이런 반응이었던겁니다.
"야 임마 넌 말년에 투폰 가져왔냐?"
"아, 아닙니다 당직컴퓨터로 게임 만들었습니다."
"?????"
제가 한 짓을 설명하는데도 참 한참 걸렸어요.
결론적으로 군내 PC로 딴짓한 저도 잘못하기도 했고 휴가 짤릴까봐 무서워서 가서 싹싹 빌었고,
징계없이 질책으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다행이죠 사실 2048말고도 블럭 부수기 만들다가 미완성으로 끝나서 그건 안들켰거든요.
후임한테 말해주니까 "어차피 걸린 거 그것까지 만들고 전역해주시면 안됨까?"라고 하더군요. 경악스러운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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