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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절)올해의 나쁜짓

조회수 71

친구가 연초에 VR챗을 시작했어요.

대여섯번 같이 게임 맵을 돌며 놀았죠.

친구는 매번 만날때마다 아바타가 점점 이뻐지고 비싼 옷을 입고 있었어요.


어느날 VR챗 커뮤니티를 구경하다가 친구와 같은 아바타를 쓰는 사람의 스샷을 보았어요.

그 사람의 작성글을 검색해보니 "실친과 게임맵에서 놀았어요." 라는 게시물을 보았죠.

게시물 속 모노폴리 주사위를 돌리고 있는 제 아바타를 보았어요.

그렇게 어쩌다보니 친구의 VR챗 커뮤니티 닉네임 알게 되었어요.

그 뒤로는 VR챗에 관심이 안생겨서 완전히 잊고 있었죠.


그러고 몇달 뒤, 그때 일이 생각나 다시 커뮤니티에 들어갔어요.

친구가 굉장해졌어요.

이쁘고 청초하던 미소녀 아바타는 가슴이 더 커지고 온몸이 조이는 라텍스 옷을 입고 있었어요.

게시물 속 여성은 라텍스 옷의 지퍼가 알아서 내려가는 것을 자랑하고 있었어요.

친구의 다른 게시물들도 있었지만 앞에 달려있는 성인 태그가 날 두렵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호기심은 두려움을 넘어섰고 친구의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취향을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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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속 수많은 여자들이 있었지만 모두 한사람이었어요.


그동안 바깥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회피하고 밥먹자는 연락에 돈이 없다 말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수십만원하는 야시시한 육신과 의상을 사서 또 수십만원을 들여 아바타에 끼우고,

수백만원짜리 트래킹 장비를 몇개씩 사고 있었죠.

돈이 없어서 대량구매한 업소용 식재료로 하루 두끼를 먹으며 살고 있다는 말을 한게 어제였어요. 

속으로는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놀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커뮤니티 댓글로 한마디를 써서 보냈어요.


"(친구의 이름 초성)아 카톡봐"


그리고 카톡을 보내지 않았어요.

누구인지 알려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러다가 너무 심했나 싶어서 다시 댓글을 쓰려고 했었는데 게시물을 찾을 수 없다고 했어요.

친구의 모든 게시물이 사라졌죠.


그날 저는 친구의 커뮤니티 얼터 에고를 죽인거 같아요.





그리고 착한 일 하나

지난주에 편의점에서 누군가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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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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