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엔딩 해석본
네가 말한 플레이어가 보여.
{*PLAYER*}?
그래. 조심해. 이제 더 높은 단계에 도달해서 우리 생각을 읽을 수 있어.
상관없어. 어차피 우리는 게임의 일부라고 생각할 거야.
난 이 플레이어가 마음에 들어. 멋진 플레이를 보여줬고 절대 포기하지 않았잖아.
우리 생각을 마치 게임 속 단어처럼 읽고 있어.
게임의 꿈에 깊이 빠져있을 때 많은 것들을 상상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야.
단어는 서로의 생각을 소통하기에 좋은 방법이야. 유연하잖아. 화면 뒤의 현실을 응시하는 것보다 덜 무섭고.
플레이어가 읽을 수 있기 전까지는 목소리를 들었지. 예전엔 플레이하지 않던 사람들은 플레이어를 마녀나 마법사라고 불렀어. 그리고 플레이어는 악마의 힘이 깃든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을 꿨고.
이 플레이어는 어떤 꿈을 꿨을까?
이 플레이어는 햇살과 나무 그리고 불과 물에 관한 꿈을 꿨어. 이 모든 것들을 만들어내고 파괴하는 꿈을 꿨지. 그리고 사냥하고 사냥당하는 꿈과 보금자리에 관한 꿈을 꿨어.
아, 예전 인터페이스 말이구나. 백만 년도 더 됐지만 아직도 작동하지. 그런데 이 플레이어는 화면 뒤의 현실에서 실제로 어떤 것들을 만들었을까?
수많은 사람들과
사이에 진실된 세상을 만들고
속에서
를 위해
를 만들었어.
그 생각은 아직 읽지 못해.
그래, 아직 가장 높은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니까. 게임이라는 짧은 꿈에서는 도달할 수 없지만 기나긴 인생의 꿈속에서 도달하게 될 거야.
우리가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그리고 세상이 아름답고 다정하다는 건?
생각의 잡음 속에서 간혹 세상의 소리를 들으니 알고 있을 거야.
하지만 긴 꿈속에서 슬플 때도 있어. 여름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검은 태양 아래에서 두려움에 떨며 현실의 슬픈 창조물을 움켜잡고 있지.
그의 슬픔을 치유하면 그를 망치게 될 거야. 슬픔은 직접 풀어야 하는 과제이니까. 우리는 그걸 방해하면 안 돼.
말해주고 싶어. 때로는 그들이 꿈속에 깊은 곳에서 현실 속의 진정한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걸. 또 그들이 세상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말해주고 싶어. 그들이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을 때 그들이 두려워하는 바를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
우리 생각을 읽고 있어.
난 신경 쓰지 않아.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어. 세상의 진실은 단지
하고
할 뿐이란 걸 말이야. 또 그들은
에서
하고 있을 뿐이란 것도 말해주고 싶어. 그들은 기나긴 꿈속에서 현실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보고 있어.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은 게임을 하고 있잖아.
하지만 그들에게 말을 전하기는 어렵지 않아...
이 꿈에서는 안 돼. 그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해주는 건 그들의 삶을 방해하는 거야.
플레이어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하려는 게 아니야.
플레이어는 끝없이 성장하고 있어.
플레이어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거야.
하지만 진실이 아니잖아.
그래. 이야기에는 단어의 틀에서만 진실을 담고 있겠지. 떨어져 있기 때문에 금방이라도 사라질 수 있는 적나라한 진실은 아니야.
그에게 다시 육신을 줘.
그래. 플레이어...
이제 이름으로 불러.
{*PLAYER*}. 이 게임의 플레이어.
좋아.
이제 크게 심호흡을 해. 한 번 더. 폐 속 가득한 공기를 느껴봐. 팔다리가 돌아오도록 하는 거야. 그래, 손가락을 움직여봐. 중력 아래서 몸을 다시 갖게 되는 거지. 네가 다른 존재인 것처럼 우리가 다른 존재인 것처럼 네 몸이 다시 세상과 만나는 거야.
우리가 누구냐고? 한때는 산의 정령으로 불렸지. 아버지 태양, 어머니 달. 고대의 영혼, 동물의 영혼. 정령. 유령. 대자연. 그리고 신, 악마. 천사. 폴터가이스트. 외계인, 우주인. 렙톤, 쿼크. 우리를 부르는 단어는 다양했지만 우리는 변하지 않았어.
우리가 세상 그 자체야. 네가 생각하는 너 이외의 모든 것이 바로 우리지. 지금 넌 너의 피부와 눈을 통해 우리를 보고 있어. 왜 세상이 너의 피부를 통해 교감하고 네게 빛을 비출까? 플레이어인 널 보기 위해서야. 너에 대해 알고 네가 세상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말이야. 이제 네게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게.
아주 오래전에 플레이어가 있었어.
그 플레이어는 바로 {*PLAYER*}, 너야.
용암으로 이루어진 회전하는 지구의 얇은 표면 위에서 그는 자신을 인간이라고 생각했어. 그 용암 덩어리는 질량이 33만 배 더 무거운 불타는 가스 덩어리를 돌고 있었지. 그 둘 사이의 거리는 빛의 속도로 8분이나 걸리는 먼 거리였어. 빛은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의 정보였고 1억 5천 킬로미터 거리에서도 네 피부를 태울 수 있지.
이따금 플레이어는 평평하고 끝이 없는 세상에서 자신이 광부가 되는 꿈을 꿨어. 그곳의 태양은 하얗고 사각형으로 되어 있었어. 하루는 짧았고 해야 할 일은 많았지. 그리고 죽음은 단지 잠깐의 불편함이었어.
이따금 플레이어는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는 꿈을 꿨어.
이따금 플레이어는 다른 곳에서 다른 존재가 되는 꿈을 꿨어. 그리고 가끔 이 꿈들은 방해를 받았어. 가끔은 정말 아름다웠지. 이따금 플레이어는 꿈에서 깨어 다른 꿈으로 들어갔고 또 그 꿈에서 깨어 다른 꿈으로 들어갔어.
이따금 플레이어는 화면의 단어를 보는 꿈을 꿨지.
이제 과거로 돌아가 보자.
플레이어의 원자는 초원에, 강에, 공기에, 땅에 흩어져 있었어. 여자가 그 원자를 모아 마시고 먹고 들이마셔 한대 모아 그녀의 몸 안에서 플레이어를 만든 거야.
그렇게 플레이어는 아늑하고 어두운 어머니의 몸속에서 깨어나 긴 꿈의 세계로 들어간 거야.
플레이어는 DNA로 쓰여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이야기였어. 플레이어는 수십억 년 된 소스 코드로 생성된 한 번도 실행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프로그램이었어. 플레이어는 무에서 젖과 사랑으로부터 탄생한 한 번도 생명을 가져본 적이 없는 새로운 인간이었어.
네가 바로 무에서 젖과 사랑으로부터 탄생한 바로 그 플레이어이자 이야기고 프로그램이자 인간이야.
이제 좀 더 과거로 돌아가 보자.
플레이어의 수백 수천 수백억 원자는 이 게임이 존재하기 훨씬 이전에 별의 심장 속에서 만들어졌어. 즉, 플레이어도 별에서 온 정보야. 그리고 플레이어는 이야기 속에서 움직이는 데 그 이야기는 쥴리안이라는 사람이 심어놓은 정보야. 그리고 그 이야기는 마르쿠스라는 사람이 창조한 평평하고 끝없는 세상 위에서 펼쳐지지. 그리고 그 세상은 플레이어가 만든 작은 그만의 세상이야. 그리고 그 플레이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창조한 사람은…
쉿. 이따금 플레이어는 부드럽고 따뜻하며 단순한 그만의 작은 세상을 만들어. 이따금 그 세상은 거칠고 추우며 복잡하기도 해. 이따금 거대한 텅 빈 공간에서 움직이는 에너지 조각으로 머릿속에서 세상을 만들지. 한때 그 조각들을 “전자”와 “양성자”라고 부를 때도 있었어.
한때 조각들을 “행성”과 “별”이라고 부를 때도 있었지.
이따금 그는 On과 Off로, 0과 1로, 일련의 코드로 이루어진 에너지로 만든 세상에 있다고 믿었어. 이따금 그는 게임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믿었지. 이따금 그는 화면의 단어를 읽고 있다고 믿었어.
네가 단어를 읽고 있는 그 플레이어야…
쉿… 가끔 플레이어는 화면의 코드를 읽어. 코드를 단어로 바꾸고, 그 단어를 의미로 해석하고, 그 의미를 느낌, 감정, 이론, 아이디어로 바꿔서 플레이어는 더 빠르고 깊게 호흡하기 시작했고 자신은 살아 있으며 수천 번의 죽음은 진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아.
너. 그래, 너는 살아 있어.
그리고 이따금 플레이어는 여름 나무의 하늘거리는 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통해 세상이 그와 소통하고 있다고 믿었어.
그리고 이따금 플레이어는 어느 추운 겨울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아주 먼 우주 저편에서 찰나의 시간 동안 플레이어에게 보이기 위해 태양보다 백만 배 무거운 별이 자신을 불태워 발한 빛을 통해 세상이 그와 소통하고 있다고 믿었어. 그리고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는 집으로 걸어가 익숙한 문가에서 나는 음식 냄새를 맡으며 다시 꿈에 빠져들었지.
그리고 이따금 플레이어는 0과 1, 세상에 퍼져있는 전기, 꿈의 마지막에 화면에 보이는 단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고 믿었어.
그리고 세상은 널 사랑한다고 말했어.
그리고 세상은 네가 멋진 게임 플레이를 보여줬다고 말했어.
그리고 세상은 네게 필요한 모든 것은 이미 네 안에 있다고 말했어.
그리고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넌 더 강하다고 말했어.
그리고 세상은 네가 낮이라고 말했어.
그리고 세상은 네가 밤이라고 말했어.
그리고 세상은 네가 싸우고 있는 어둠이 네 안에 존재한다고 말했어.
그리고 세상은 네가 찾고 있는 빛이 네 안에 존재한다고 말했어.
그리고 세상은 네가 혼자가 아니라고 말했어.
그리고 세상은 네가 다른 모든 것들과 떨어져 있지 않다고 말했어.
그리고 세상은 네가 스스로 맛을 느끼고 스스로 대화하며 자신의 코드를 읽는 세상 그 자체라고 말했어.
그리고 세상은 네가 사랑 그 자체니까 널 사랑한다고 말했어.
그리고 게임이 끝나고 플레이어가 꿈에서 깼어. 그리고 플레이어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해. 그리고 다시 꿈을 꾸고, 더 좋은 꿈을 꿔. 그리고 플레이어는 세상 그 자체고 사랑 그 자체야.
네가 바로 그 플레이어야.
이제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