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의 중요성
다양한 서브컬처 게임들을 플레이하고 그 안의 다양한 컨텐츠들을 파먹으며 스토리에 관해 느낀점을 좀 써볼까 합니다.
캐릭터에 서사라는 화룡점정
사람들이 서브컬처 게임에서 캐릭터를 뽑으려 할 때 크게 고려하는 것은 3가지입니다.
외모, 성능, 매력
셋 다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지만 전 이 매력이라는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모가 예쁘다? 결국은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 조각입니다.
성능이 좋다? 어차피 버전들이 지나고 새로운 캐릭터들이 나오면 묻히게 될겁니다.
하지만 매력은 다릅니다.
식물 갤러리의 명언을 인용하자면
"키우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냥 잡초가 아닙니다"
내가 이 캐릭터를 이해하고 좋아하고 감정을 이입하여 애정을 쏟게 된다면
단순히 0과 1로 이루어진 캐릭터가 아니게됩니다.
이러한 매력에 가장 크게 공헌하는 것이 캐릭터의 서사입니다.
캐릭터가 어떤 과거를 겪었길래 지금에 이르렀는지, 나와 함께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어째서 나를 신뢰하게 되었는지
이 모든 서사와 빌드업들은 유저들로 하여금 하이라이트 씬에서의 카타르시스와 감동을 보장해줍니다.
그리고 캐릭터를 고작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 조각에서 하나의 인격체이자 동료로써 받아들이게끔 합니다.
게임사가 "이 캐릭터 니가 안 뽑고 배길까?"라고 협박하는 꼴이죠
영래기로 하여금 명조의 에이메스 필자는 붕스의 키레네(결말은 좀 그렇지만 저는 키레네의 계승 서사를 정말 좋아합니다)가 그런 사례죠.
괜히 캐릭터가 기물로 보이면 전략게임 캐릭터가 아내로 보이면 서브컬처 게임이라고 하는게 아니죠.
유저를 잡아두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새로운 콘텐츠, 획기적인 전투 방식, 예쁜 캐릭터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게임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무언가를 영원히 신박하고 즐겁게 느낄 수는 없습니다.
계속 반복되는 전투 메커니즘은 유저들에게 질리게됩니다.
기존의 것과 완전히 차별화된 컨텐츠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사람들이 게임을 떠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하지만 유저들은 게임을 접기 전에 생각할겁니다.
'다음 스토리는 어떨까?'
이미 한 번 스토리를 깊게 먹어본 유저들은 그 세계관과 이야기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해지죠.
'다음은 어떤 떡밥이 나올까?', '이 떡밥은 추후에 어떻게 풀릴까', '다음에도 이 정도로 엄청난걸 보여줄까?'
이런 생각들은 게임에 유저들을 묶어둡니다.
또한 메인에서 뿌린 떡밥들은 유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다양한 해석과 추측을 낳고 이와 관련된 콘텐츠를 양산합니다.
명조는 회귀물이다. 3.4 버전 이전 붕스의 불훔자와 파이논의 관계, 원신 페이몬의 정체 등이 좋은 사례죠
심지어 게임을 접더라도 다음 스토리가 업데이트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복귀하는 유저들도 많습니다.
양날의 검
지금까지는 스토리가 게임 내에서 지니는 장점에 관해서만 서술했습니다.
그럼 스토리는 단점이 없는 완벽한 콘텐츠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이해가 어렵거나 유저들의 몰입을 유도하지 못한다면 스토리는 게임의 가장 큰 매력요소에서 가장 어렵고 난해한 요소가 됩니다.
실제로 필자가 명조, 붕스, 니케 등등의 게임을 먹이는데 성공하더라도 금주, 나부, 오버존 이전에서 폐사한 경우가 많습니다.
양날의 검인 요소가 여기서 끝난다면 좋겠지만 하나 더 있습니다.
훌륭한 스토리는 게임에 유입을 만들기에 좋은 어필 포인트입니다.
또한 위에서 언급했듯 게임사는 유저들을 위해서 메인스토리를 계속 연재합니다.
자연스레 분량은 쌓이게 되고 일정 이상으로 쌓이게 된다면 신규 유저들에게 진입장벽이 됩니다.
붕괴 3rd, 원신이 좋은 예시입니다.
이 게임의 스토리와 게임성이 얼마나 호평 받더라도 6년 넘게 서비스 해온 게임의 방대한 콘텐츠에 신규 유저는 설렘보다 막막함을 느낍니다.
이는 룰렛에서 원신 하는게 확정 났을때 영래기의 반응을 보면 확 와닿을겁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스토리가 진입장벽이 되는 과도기는 대략 3버전 후반 게임이 서비스한지 거의 3년이 되어갈 때쯤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간간히 생각해오던거라 글로 정리하면 어떨까 싶어서 방송 다 보고 자러가기 전에 갑자기 생각나서 찌끄려본 글입니다.
또한 필자는 서브컬처 게임은 과몰입 하려고 하는거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한 번 마음에 든 게임은 서적, 비문학 같은 설정, 역사를 따로 정리할 정도로 열심히 파먹죠.
서사시 속의 인물들과 교감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이를 통해 도달한 결말은
내 시간과 감정을 투자한 만큼 중요합니다.
에이메스가 떠나는 3장 3막을 본게 새벽 4시 반이라 부모님 깰까봐 소리 없이 꺽꺽 울고 그날이 가족 여행가는 날이라 비행기에서 자야지 했는데 제대로 자지도 못했습니다.
이건 좋은 사례라면 나쁜 사례는
수험생 생활을 버티게 해준 앰포리어스의 결말을 수능 1주일전에 보고 수능 하루 전인 11월 12일에 제발 뭐가 있어달라고 기도하고
수능 다 본 후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수능 결과(이건 진짜 걱정 없었음 대학도 잘 갔고)보다 진엔딩이 있을거야라고 기도하고
지금도 올해 11월 12일은 진짜 진엔딩이 있어야한다고 기도하는 것만 봐도..
내가 열심히 해온 이야기의 결말이 만족스럽지 않을때의 배신감과 살망감은 엄청납니디.
일반적인 게임에서 스토리는 게임을 더욱 재밌게 즐기게 해주는 조미료 같은 요소라면
서브컬처 게임에서 스토리는 게임을 계속 하게되는 원동력이자 게임의 명운을 결정하는 주재료인거 같아요.
그래서 이를 집필하는 작가, 각종 연출과 컷씬을 제작하는 연춡팀이 참 중요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난 그래서 샤오지를 증오해
이래저래 적다보니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