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G폰의 괴담 (소름주의)
충청도 모령 고개, 2G폰의 '음성 사서함
충청북도 영동과 경북 김천 경계에 있는, 지금은 폐도가 되어 잡풀만 무성한 한 옛 고개 근처 마을에서 노인들 사이에 비밀스럽게 돌던 이야기입니다.
2011년 늦가을, 당시 스마트폰이 막 보급되던 시기였지만, 시골에 혼자 살던 70대 김 노인은 여전히 자식들이 몇 년 전에 개통해 준 낡은 2G 폴더폰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 고갯길은 옛날부터 '모령'이라 불렸는데, 조선 시대 때 굶어 죽은 이들의 시신을 가마니에 싸서 버리던 서글픈 골짜기였다고 합니다.
김 노인의 집은 그 고개 초입에 홀로 떨어진 외딴 농가였습니다.
어느 날 밤, 새벽 3시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방 안의 정적을 깨고 김 노인의 빛바랜 폴더폰이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따르릉, 따르릉—
이 새벽에 올 전화가 없는데 싶어 눈을 비비며 폰을 열었지만, 이내 뚝 끊겨버렸습니다.
화면을 보니 **[발신번호 제한 없음]**으로 찍힌 부재중 전화 한 통과, **[음성 사서함이 도착했습니다]**라는 알림 아이콘이 떠 있었습니다.
귀찮기도 하고 잠결이라 김 노인은 버튼을 눌러 음성 사서함을 확인했습니다.
스피커 너머로 2G폰 특유의 지직거리는 기계음과 함께 음성이 재생되었습니다.
“......쿠어어...... 스으으......”
처음에는 아무 말도 없이 거친 바람 소리나 숨소리만 들렸습니다.
김 노인은 자식들이 술 먹고 잘못 눌렀나 싶어 폴더를 닫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 바람 소리 뒤로, 아주 멀리서 아주 작게, 마치 생고기를 이빨로 사정없이 짓씹는 듯한 기괴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콰직... 콰드득... 쩝... 쩝...”
그리고 이어서, 정체불명의 여자가 아주 가냘프고 힘없는 목소리로 읊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아직 멀었어... 더 들어와... 더...”
소름이 쫙 돋은 김 노인은 전화를 확 끊어버렸습니다. 장난전화치고는 너무 불쾌하고 축축한 음성이었기 때문입니다.
진짜 문제는 다음 날 새벽이었습니다.
정확히 새벽 3시 3분, 또다시 폴더폰이 울렸습니다. 이번에도 [발신번호 제한 없음]이었고, 김 노인이 받자마자 끊기더니 새 음성 사서함이 저장되었습니다.
홀린 듯이 확인한 두 번째 음성 메시지는 더 기괴했습니다.
어제 들렸던 그 짓씹는 소리와 여자의 목소리가 어제보다 훨씬 크고 선명하게, 바로 귀 옆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문 열어...”
그 순간, 김 노인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2G폰 음성 사서함은 상대방이 내 번호로 전화를 걸어 녹음을 해야 남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발신번호도 없는 이 존재는 대체 어떻게 매일 새벽 제시간에 음성을 남기는 걸까요?
불안해진 김 노인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읍내에 있는 통신사 대리점으로 버스를 타고 나갔습니다. 자식뻘 되는 젊은 직원에게 폰을 내밀며 "새벽마다 이상한 음성 메시지가 오는데 발신인을 추적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직원은 별생각 없이 컴퓨터 시스템에 김 노인의 번호를 입력하고 통화 내역과 음성 사서함 서버를 조회했습니다.
그런데 조회를 하던 젊은 직원의 얼굴이 서서히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려갔습니다.
"어르신... 이거 폰이 좀 이상한데요?"
"왜? 누군지 안 나와?"
직원이 모니터를 김 노인 쪽으로 돌려주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켰습니다.
통신사 전산망에 기록된 김 노인의 최근 일주일간
**[음성 사서함 수신 내역]은 전부 '0건'**이었습니다. 통신사 서버에는 그 새벽에 김 노인에게 걸려온 전화도, 녹음된 음성 메시지도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던 겁니다.
즉, 그 음성은 통신망을 타고 들어온 전파가 아니었습니다.
그 낡은 폴더폰의 기계 자체에 직접 '누군가' 입을 대고 녹음을 남겼거나, 폰 내부의 회로를 직접 쥐고 흔들었다는 소리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공포에 질린 김 노인은 대리점에 폰을 그냥 버려둔 채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왔습니다.
그날 밤, 핸드폰도 없는 고요한 방 안에서 김 노인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억지로 잠을 청했습니다. 이제 전화를 안 오겠지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던 그때였습니다.
새벽 3시 3분.
방 한구석,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책상 위에서 익숙한 폴더폰 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따르릉, 따르릉—
김 노인은 분명히 읍내 대리점에 폰을 버리고 왔는데, 그 소리는 집 안 서랍장 안쪽에서 똑똑히 울리고 있었습니다. 열어보지 않으면 밤새도록 울릴 것 같은 공포에, 김 노인은 눈물을 흘리며 서랍장을 열었습니다.
그 안에는... 십 년 전 세상을 떠난 김 노인의 아내가 쓰던, 배터리도 없고 해지된 지 오래되어 서랍 구석에 박혀있던 또 다른 옛날 2G폰이 시퍼런 화면을 빛내며 울고 있었습니다.
김 노인은 그길로 기절하듯 쓰러졌고, 다음 날 자식들에 의해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노인은 그 뒤로 평생 귀가 먹어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었고, 그 외딴집은 지금도 흉가로 남아있습니다.
무령 고개 주변 노인들은 지금도 말합니다. 그 골짜기에 떠도는 굶주린 영혼들이, 세상이 변하자 이제는 전파와 기계를 타고 살아있는 사람의 귀를 갉아먹으러 찾아오는 거라고 말이죠.